'1.
난 말이야. 사실 보름달이 뜨면 가슴이 뜨거워져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 그날도 그랬어. 보름달이 떴지. 여느날처럼 뜨거운 가슴팍을 손톱으로 뜯어내면서 산길을 내달렸어. 바람에 날리는 털이 점점 길어져서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한 늑대인간이 되었지. 아우우우우------ 이 긴 울음을 시원하게 토해내기 위해 그렇게 뛰었던거야.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저어쪽에서 반짝거리는게 보이는거야. 보름달에 무언가가 반짝였어. 뭐지? 흔들리는 빛에 홀리듯이 빠져들었어. 그건 바다에 유유히 떠있는 보트였어. 얼굴에 난 털이 바람에 날리고 머리위에 보름달이 그 보트를 찬란하게 비추는데 그 순간 나는 알았어. 그냥 알았어.
나는 저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널거야. 다음 보름달은 새로운 곳에서 맞이할거야.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어. 산 위에서 봤을 땐 가까워보였는데 한참을 뛰어야했어. 그날이 보름달이 아니었다면, 내가 늑대인간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일찍 보트를 찾을 수 없었을거야. 해가 뜨기전에, 사람들 눈에 띄기전에 보트를 타야했으니까.
그래, 그 보트가 바로 이 보트야. 할머니가 이곳에 올 수 있게 해준 그 보트. 너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주고 너를 태어나게 해준 그 보트. 내가 이 보트를 왜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지 이제 알겠지? 여기에 낙서를 하면 할머니가 속상하겠지?
너도 어느날 알게 될게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그리곤 뒤도 보지않고 달려가겠지.
'2.
물론 보트위에서의 항해가 쉽지는 않았다. 나는 이전까지 바다에 가본적도, 헤엄을 쳐본적도, 보트를 타본적도 당연히 없었거든. 지금 생각해도 그런 내가 어떻게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생각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단다. 근데 그땐 의심이 없었어. 나는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그게 진실이었어. 나의 정해진 수순인것같은 그런 기분이었거든. 비장함도 없었고 그저 내 앞의 길을 걸어간거야.
아무튼, 그 보트는 얇고 작았어. 딱 내가 누울 수 있는 크기였어. 파도가 심하게 치면 바닷물이 쉽게 들어왔지.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되니까 그땐 노를 저어서 멀리 갈 수 있었지만 평소엔 보통 사람이니까 힘이 부쳤지. 그래도 나는 유유히 갔어. 왜냐면 나는 바다를 건널거니까. 배가 고프면 물고기를 잡아먹고 비가오면 빗물을 받아다가 마셨어. 폭풍이 부는 날에는 멀미가 나서 토를 많이 했던게 생각나네..우욱... 심심하면 구름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거나 아무 생각없이 노를 저었다. 노래도 많이 만들었어. 원래도 외톨이였지만 바다 한가운데 혼자 있는건 진짜 외롭더라. 그래도 아름다웠다. 가닿을 곳이 있고 멋진 풍경이 함께 였으니까.
그렇게 9번의 보름달이 지날때쯤 저 수평선에 점 같은 것이 보였어. 또 하나의 보트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