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고 숨차고 숨참고
어제는 오랜만에 열린 위파사나 단체명상에 다녀왔다. 2시간동안 눈을 감고 앉아 코 아래의 숨의 감각을 바라보았다. 오른쪽 턱에 있는 거친 감각에 자꾸 마음이 가서 그때마다 코의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차례로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으며 바디스캔을 했다. 명상이 끝나자 손가락이 부어있었다. 오늘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문수가 끓여놓은 된장찌게를 먹었다. 어제의 화창한 날씨는 어둡고 습기가 가득한 날씨로 변해있었다. 피곤이 몰려와서 아이패드에 유투브영상을 틀고 침대에 누웠다. 호흡훈련을 할까 하다가 잠에 들었다. 원래 오늘은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좀 알아보려고 했었는데. 이러다간 계속 퍼져있겠다 싶어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5월부터 일주일에 3일 크로스핏에 다니기 시작했다. 근데 일주일에 2일 가면 많이 간다. 이번주는 3번 가봐야지. 어제 크로스핏 운동루틴이 빡셨었는데 그래서 몸이 이렇게 피곤한가. 어제 로잉머신 150m 타고, 월볼 10개 던지고, 100미터 러닝머신 달리기 세트를 25분동안 8라운드 돌았다. 숨이 턱끝까지 차고 얼굴이 시뻘개졌다. 혼자서 운동했으면 절대 이렇게까지 하지 않을 운동량. 갈 때 마다 나의 체력의 한계를 치고 온다. 즉흥춤과는 또 다른 매력. 살아오면서 몸무게의 변화가 있었던 적이 별로 없다. 고등학교 이후로 쭉 45~47kg 정도 였다. 자랑이 아니라 어렸을 적 부터 저질체력에 몸이 힘든걸 싫어했어서 빼빼마르고 비실했다. 그러다 20대에 배낭여행하면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도 걸어서 그때 처음 50kg가 넘었었다. 근육이 붙었던 것이다. 얼마전에 체중계에 올라가보니 49.5kg 였다. 근육이 붙고 있다.
아, 무슨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지금은 스타벅스에 왔다. 별쿠폰이 생기기도 했고, 크로스핏 바로 앞에 있어서 운동을 빼먹지 않기 위해서 여기로 왔다. 생긴지 얼마 안되는 매장인데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주문하는 동안에 앉을 만한 자리를 둘러보다가 노트북자리가 나와서 얼른 앉았다. 음료를 받아와서 앉으니 바로 앞에 앉은 분 노트북에 다이빙 관련 스티커들이 붙어 있었다. 몇일 전에 첫 프리다이빙을 하고, 숨참기 호흡훈련을 연습하고 있는 와중인데 반가웠다. 나는 이런 동시성을 발견할 때면 우주의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든다.
올해는 몸을 훈련하는 해를 보내보려고 지향을 세웠었다. 해외에 나가 여행을 하면서 요가를 배워볼까 고민하는 중에 제주에서 컨택수련이 열려서 가까운 곳에서 존경하는 친구에게 좋아하는 컨택즉흥춤을 집중적으로 감사하게 수련할 수 있었다. 컨택즉흥은 중력을 이용해서 무게중심을 이동하며 즉흥적으로 서로에게 반응하는 춤이다. 다양한 자세로 들고 들리고 돌리고 돌려지는 동작이 많다. 몸의 다양한 높낮이로 상황에 맞게 자유롭고 단단하게 지지하고 반응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따라오지 못하는 나의 하체의 비실함이 안타까웠다. 흐름이 일어날 수 있는 몸이 필요하구나 체감하고 집에서 푸쉬업과 스쿼트, 플랭크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읍사무소에서 제주청년건강증진서비스 포스터를 봤다. 나는 올해 만 39세! 청년으로서의 마지막 해. 턱걸이로 신청을 해서 한달에 자부담 24000원에 3개월동안 크로스핏을 할 수 있었다.
크로스핏을 처음 한 날, 내가 집에서 혼자 한 운동은 놀이에 가까웠구나 깨달았다. 나의 몸은 내 생각보다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소매틱적 움직임을 수련하고 집에서 혼자 하던 운동이 쓸모 없는 것이 아니었다. 몸은 근육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푸쉬업을 처음 연습할 때, 나는 내려가는 것 조차 하지 못했다.(지금은 5개는 할 수 있다) 바리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몸무게 정도는 들 수 있는데, 해보지 않아서 길이 나지 않은 것 뿐이라고, 계속 하다보면 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의 무게와 구조를 감각하면서 손바닥으로 천천히 바닥을 밀어내는 감각을 익힌다. 무거운 것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구조를 감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인식을 먼저 익히고 나니 크로스핏도 도전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프리다이빙까지. 중력과 무중력을 함께 탐험한다.
올해는 배움이 많은 해다. 배움의 퀄리티와 타이밍에 비하면 정말 적은 비용으로 감사하게 배우고 있다. 이 흐름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오직 모를 뿐. 오직 할 뿐. 요즘 나의 구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