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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2025년에는 좀 더 단순하게 살고싶다.
짐을 줄이고 만남을 줄이고 가볍고 밀도있게
빛나는 솜털이 춤을 출 수 있게
검은 대나무가 대각선으로 자라날 수 있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움직이고, 바람이 되고, 풍경이 되는,
그런 선물을 하는 매일이 되기를

나에게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들을 작지만 명료하게 만들고 싶다.
명상도 하고, 몸을 더 움직이고 공부하고 싶다.
네팔 고원의 사원에서 동자승들이랑 버터티를 마시고 싶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기같은 글을 쓰고 태워버리고 싶다.
하이샤파 연필깎기를 연필이 사라질때까지 신나게 돌리고 싶다.
창문의 얼룩을 지우고 다시 얼룩을 만들고 싶다.
쓸모없고 무해하고 아름다운 놀이들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을 만난다면 그런 놀이들을 같이 하고 싶다.
자격에 기대지 않고도 자신감을 가지고 싶다.

예고없는 죽음을 연습하고 싶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으로 맞이 할 수 있게
예기치 않은 사고로 내가 먼저 죽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슬퍼하기 보다는 은혜는 원하는 대로 죽음을 똑바로 마주하며 갔을까 궁금해하면 좋겠다.
5초 후에 사고가 나서 죽는다고 상상하면 아무 연고도 의미도 없던 눈 앞의 풍경과 존재들이 갑자기 애틋해진다.
버스 안에서, 운전하다가, 길가에 앉아있다가 문득 문득 연습한다.
피할 수도 없고 언젠가 맞이해야 한다면 나는 죽음을 최대한 또렷하게 온전하게 경험하고 싶다.
(물론 나이들어서 자연스럽게 죽기를 바란다..)

비행기 사고 피해자들이 너무 두렵지 않았기를, 고통스럽지 않았기를.

#방향성 #새해 #안녕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