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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와 45% 사이

핸드폰 배터리가 21% 남았다. 가방에 충전기가 없다. 차에있던 연결잭을 챙겨서 usb를 꽂을수 있는 콘센트를 찾아 소통협력센터 3층에 왔다. 콘센트는 많은데 usb 구멍이 없다. 노트북을 열었다. 노트북은 45% 남았다. 노트북에 핸드폰을 연결해놓고 이 글을 적고 있다. 아까 웹툰을 보지 말껄. 얼마전에 쓰던 핸드폰이 망가지는 바람에 서랍속에 잠자고 있던 오래된 핸드폰을 살려서 이어쓰고 있는데 오래되어서 그런지 배터리가 빨리 닳는것 같다. 핸드폰을 새로 사지 않은 이유는 내가 요즘 백수여서 절약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좋은 것을 사봐야 곧 잃어버리거나 떨어뜨려서 화면이 깨질 확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에 핸드폰을 24개월 할부로 새로 산지 일주일만에 버스에 놓고 내려 잃어버린 전적이 있다.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은 동생이 불쌍하다며 자기가 쓰던 걸 우편으로 보내준 것이다. 그 전의 핸드폰은 동생이 보내준 핸드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진걸 계속 들고 다녔더니 아빠가 불쌍하다고 보내준 핸드폰이었다. 그 핸드폰도 얼마 안가서 돌바닥과 인사하고 쫘자작 금이 갔다. 그 후로 몇번 더 땅바닥과 조우하고는 더이상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이제 핸드폰은 25% 노트북은 41%다. 4%가 노트북에서 핸드폰으로 옮겨진 것인가. 아빠는 늘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다닌다. 캐쉬워크와 각종 만보기 어플이 상시 돌아가고 있어서 배터리가 빠르게 닳는데다가, 우리처럼 건망증과 떨어질 수 없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미리미리 충전하는 것을 깜빡하기 일수여서 보조배터리는 아빠에게 외출시 필수로 가지고 다녀야하는 물건이다. 서울에 올라갔을 때 밖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 같이 걸을 때였다. 자꾸만 어떤 선 하나가 아빠가 걸을 때 마다 아빠 엉덩이 쪽에서 꼬리처럼 달랑당랑 흔들렸다. "엄마, 아빠가 달고 다니는거 저거 뭐야?" "아휴 냅둬, 그거 니 아빠 아바타 선이야. 핸드폰이랑 교감하는 선..맨날 저러고 다녀" 그것은 보조배터리에서 나온 충전선 이었다.
핸드폰 29% 노트북 33%. 4%가 빈다. 이 글을 쓰는데 소요된 4%의 에너지.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