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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국수 먹은 날

우리는 2014년 봄날, 제주 시골 마을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
그곳은 천장이며 벽이며 삐뚤빼뚤 제멋대로 생긴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덧대어져 있는 숲같은 공간이었다.
그 풍경이 묘하게 조화롭고 따스했다.
이곳에서는 내가 유별나지가 않구나.
부족한대로 있을 수 있구나.
숨 쉴 수 있구나.
더 있고 싶다.
사장님께 부탁해서 스탭으로 지내게되었다.
그리고 문수가 여행자로 왔다.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여행하듯 같이 제주에 지내게 되었다.
서로를 소개할 때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예요 라고 소개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간 관계여서 우리는 기념일이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깊어진 시기가 5월이라, 매년 5월이 좋았다.
혼자의 삶에서 둘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구나 싶은 때가 왔을 때,
하염없이 흘러가는 생에 점 하나를 찍는 의식을 하기로 했다.
우리의 만남을 곁에서 지켜본 친구들과 국수를 끓여 먹기로 했다.
문수는 상투를 틀고, 나는 비녀를 꽂았다.
2017년 5월 20일 이었다.

사랑국수 먹은 날 - 사랑일기